로판(로맨스 판타지) 소설 ‘오늘도 깨끗하게’의 리뷰 글입니다. 장단점 등 특징 위주로 리뷰하고자 합니다.
오늘도 깨끗하게 리뷰
오늘도 깨끗하게 소개
오늘도 깨끗하게 – 로판 e북 – 리디 (ridibooks.com)
주인공은 스물네 살의 여성으로, 이름은 박하얀이고 청소정리업체의 사장입니다. 비각성자였으나 소설 초반에 F급으로 각성하는데요. (스킬은 S급입니다.) 대단치 않은 보조계 각성자인데 시스템이 이상하게 잘해주고, 시스템이 주는 퀘스트는 유난히 세계 랭킹 1위 S급 헌터와 엮입니다. 단순히 운이 좋다고 하기에는 힘든 상황 속에서 스노볼 굴러가 듯 이야기가 점점 커지는 소설입니다.
오늘도 깨끗하게 특징
장점
술술 잘 읽힘
작품을 많이 내보신 작가님이라 그런지 글을 재밌게, 술술 잘 읽히게 쓰셨습니다. 요즘 로태기인지 작품을 읽다가 중반부쯤에서 동력을 잃고 뒷부분부터 봤다가 흥미를 잃고 놔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가독성도 좋고 재미도 있고 퀄리티도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악역과 고구마가 없다
스트레스 유발 요소가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힐링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악역이 없고 주변 인물들이 다 좋은 사람들입니다. 사람에 따라 거슬리는 등장 인물이 있을지도 모르나 엑스트라 또는 그보다 비중이 없이 지나가는 수준이라서 신경을 쓸래야 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고구마가 없습니다. 딱히 장애물이라 할 것도 없으며, 퀘스트가 있으면 주인공과 주인공의 남자가 잘 해결합니다.
구멍이 딱히 보이지 않는 세계관
세계관이 괜찮습니다. 시스템과 헌터 현판적 설정은 흔히 보던 것인데, 여기에 헌터 등급이 올라갈 수 있는 설정과 환경에 대한 메시지와 설정을 넣어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구멍이 딱히 보이지 않고요. 앞뒤가 맞습니다. 앞부분에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의 이유가 뒤에서 풀립니다.
단점
주인공이 보조적 역할에 충실 (스포)
사람에 따라 단점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아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끝까지 주인공이 너무 보조적인 역할에 머문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이 다 해먹는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면 아쉬움을 느낄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사람은 주인공이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모릅니다(남친 제외). 끝에 가서 주인공에 남는 것은 뿌듯함 정도? 세간에서 주인공은 그냥 이해겸 헌터의 여자친구일 뿐입니다.
그리고 퀘스트 해결 면에서 주인공의 기여도가 높긴 한데 남주 능력이 뛰어남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돼서 그런지 주인공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퀘스트하러 돌아다닐 때 남주 등에 맨날 업혀다니다 보니까 멋이 살지 않습니다. 없어 보여요.
주입식 귀여움
소설의 서술이나 등장인물들이 자꾸 주인공이 귀엽다고 주입하려고 합니다. 어떤 소설들은 이걸 자연스럽게 해내는데 이 소설은 아닙니다. 본인 입으로 자기 귀엽다고 셀프 모에화하는 사람을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만듭니다.
제대로 소설에 익숙해지고 빠지기도 전에 “아기 친칠라”, “애기 사장님” 타이틀을 들이대는데 그대로 빠져나가고 싶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이(엑스트라까지) 하나같이 주인공을 “아기 친칠라” 헌터님이라고 어화둥둥 하니까 사람 같지 않고 종이 인간 같아서 거부감도 들었습니다. 관련해서 커뮤 반응도 나오는데 실제 사람 반응 같지 않고 바이럴 댓글 같습니다(제 느낌). 공감이 안 돼요.
그리고 주인공 말투도 너무 아기 같을 때가 있습니다. 남주에게 “거짓말! 안 속는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데, 성인이 너무 어린아이같이 말해서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서술 또한 귀여움을 주입하느라 열심입니다. 보통은 “주인공이 밥을 잘 먹었다” 이렇게 쓸 것도 “주인공이 밥을 냠냠 잘 먹었다” 이런 식으로 쓰여있습니다. 처음에 잘못 본 줄 알았어요. “냠냠”, “냠냠냠, 옴뇸뇸”… 이런 류의 단어를 서술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리디 공감순 리뷰를 봤는데 너무 공감이 됐습니다. 작품이 재미는 있었는데요. 아쉬운 점이 있긴 합니다.
전통적 성역할에 충실
주인공은 맨날 요리하고 도시락 싸서 남주 주고 남주는 먹는 역할만 합니다. 남주는 요리는 안 하고 사주기는 합니다. 그런데 사주어도 주인공은 부담스럽다고 비싼 거는 안 하고 다녀요. 양친이 일찍 돌아가시고 한 기업체의 사장으로 힘들게 살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남주에 해주는 거에 비하면 남주가 사주는 거는 별거 없어요. 양이나 질적인 면 모두에서요.
그리고 거의 엔딩 부분에서 남주 점수가 팍 깎인 부분이 있습니다. 남주가 주인공네 집으로 인사 가는 장면인데요. 주인공의 양친이 돌아가신 이후로 키워주신거나 다름 없는 분이라서 실질적인 상견례 자리였습니다. 거기서 그분에게 남주가 지적당한 부분이 엄청났습니다. 식사할 때 “갈치 뼈를 발라주지는 못할망정 애가 힘들게 골라낸 걸 쏙 받아먹”기만 했다고 어르신께 한 마디 들은 것입니다. 여기서 정이 떨어졌습니다. 거의 끝 부분인데 아직까지 지 입만 입인지 주인공이 갈치 살까지 발라서 먹여주면 감사하다고 자기가 두 세배로 발라서 주인공 먹여주진 못할 망정 그냥 받아먹기만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네 식구에게 잘 보여야 할 상견례 자리에서요. 이게 남주인지 현실 남자인지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갈치살도 지 손으로 못/안 발라먹는 남주, 넙죽넙죽 받아먹기만 하는 남주 너무 멋없어요.
감정선이 잘 안 보인다
감정선을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순간 보면 뚝딱 사귀고 있습니다. 남주가 좋다고 사귀자고 했을 때 주인공이 받아주긴 했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어서 의아했습니다. 진짜 좋아해서 받아 준건지 그냥 잘생긴 남자친구 사귀어보고 싶어서 받아 준건지… 앞에서 더 주인공의 감정을 다뤄줬다면 이해가 됐을 것 같아요. 그냥 “잘생겼다”, “새앙토끼 같다” 이렇게 느끼거나 말하는 정도로는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퀘스트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까 주인공과 남주의 감정선은 많이 생략이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도 깨끗하게 총평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퀘스트 보는 재미로 끝까지 흥미롭게 읽은 작품입니다.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보기나 소개글 등으로 미리 자기 취향에 맞는지 판단하고 진입하세요.
별 세 개가 괜찮은 작품, 별 네 개가 우수한 작품, 별 다섯 개가 인생 작품이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별 세 개~세 개 반 정도라고 생각합니다.